[칼럼] 고객 눈에 난, 불친절한 하얀 가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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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연화 약사

실습생이 온단다. 작은 동네, 의원 하나, 약국 하나 하루 방문객 100명 남짓, 처방과 구매 고객 비율이 3:7 인 모약국으로 말이다.

조제가 많아 바삐 돌아가는 약국과는 다르게 여백이 많은 모약국은, 그 여백만큼의 시간이 존재 한다. 여백의 시간동안, 실습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지 않으면 어색한 공존으로 진행 될 수 있기에 실습생 방문 두어 달 전부터 모약국만의 프로그램 기획에 들어섰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무엇이 실습의 본질일까. 무엇이 약국 실습의 본질일까. 무엇이 모약국 실습의 본질일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하였다. 본질의 단순함은 ‘존재 이유의 간략함’으로 대치된다.

다시 생각해 본다. 모약국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날이 지나고, 내린 내 나름의 결론. 모약국은 문제를 가지고 방문하는 고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주기 위해 존재한다. 이제, 조금씩 가닥이 잡혀 간다. 고객의 문제를 약사가 ‘함께’ 해결해 주기 위해 내가 실습생에게 해 줄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일까.

약사라는 딱지를 달고, 병원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대면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나는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얼음처럼 서 있었고 고객은 하얀 가운의 무표정한 내게 그 어떤 교감도 없이, 약만 받아 갔다. 그 때 느꼈던 부끄러움.

친절하게 지식을 전달하고 팠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그 어색한 순간들 속에서 나는 그저 불친절한 약사였을 뿐이었다.

결론. 나는 실습생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교육프로그램’을 짜기로 했다.

처방전을 해석하는 시간, 해석을 통해 예측된 부작용 들을 그저 읽음이 아닌 예방 목적으로 우아하게 알려 줄 수 있는 단어 선택과 말투. 처방 관련한 질문에 대비한 질병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의사의 진단과 결을 같이 하는 대화 플로우. 일반약을 원하는 고객에게 질문할 내용들. 연령을 묻고, 하루 최대 용량을 짚어 주고, 기분 좋게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게 안내. 등등을 적으니 실습이 아니라, 긴 근무가 필요할 스케줄이다.

어이쿠, 솎아 내자. 솎다 보니 문득 아쉬워 진다. 현장이라는 고객 접점에서 배워야 하는 내용들이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소외 받는 현실이 말이다.

다음소프트의 송길영 박사가 어느 강의에서인가 이런 말을 했다. 소통에 있어서, 설명하는 것은 전문가, 퉁치는 것은 업자. 우리는 전문가답게 설명하며 소통하고 있는가. 설명에 필요한 온전한 이해, 투명한 논리, 정제된 언어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어쩌면, 고객의 눈으로 보는 우리는 여전히 약대를 갓 졸업한 불투명한 논리와 언어를 가진 불친절한 하얀 가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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